스팸이 한국에서 선보인 직후부터 현재까지 판매 누적액만 4조원이 넘는다. 최고치인 2018년 한 해에만 무려 4,100억 원어치가 팔렸다. 놀라운 사실은 스팸은 1년 내내 계속 잘 팔린 것이 아니고 특히 명절에만 정말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아시다시피 스팸은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은 아니다. 그런데 추석, 구정등 한국의 대표 명절에 단골 선물로 등장하는 스팸은 집집마다 빠진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나라 식품도 아닌 '스팸'이 왜 우리나라의 전통 명절선물로 둔갑을 했을까?
스팸이 처음 한국에 보인것은 6·25전쟁 이후에 군사품으로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식품을 오래 보존하기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 휴대성과 보존성이 높은 스팸은 미군의 대표 전투식량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미군은 스팸을 대처할만한 특별한 제품이 없었기에 질리도록 스팸만을 먹어댔다. 그 결과 미군은 스팸만 보면 싫어하는 것을 넘어 반감까지 가지게 되었다.
외국 특히 미국에서는 스팸이 그렇게 좋은 느낌이 아닌데 유독 우리나라만 '스팸'을 좋아하는지 신기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 LA타임스는 "세계 11위 경제 대국인 한국에는 신선한 육류가 넘쳐나고 있는데... 왜 이렇게 스팸이 인기 있는 이유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기사가 나온적이 있었다.
마트나 백화점 아니면 집 밖을 조금만 나가도 신선한 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풍요로운 시대에 왜 굳이 신선함이 떨어지는 '스팸'을 먹는지 의아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명절때마다 유독 잘 보이는 스팸을 보고 외국인들은 다들 한마디씩 한다.
우리나라의 스팸의 인기가 이렇게 치솓는 이유는 간단했다. 전쟁이후에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스팸은 집안이 좀 부유하거나 미군부대에 아는 사람이 있어야만 얻을 수 있는 귀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들 아는 내용이지만 전쟁 직후에 미군부대의 쓰레기통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스팸이나 햄등을 모아서 김치를 넣고 끓인것이 존슨탕이라고 했다. 지금의 부대찌개를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스팸은 고급 음식이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1987년 한국 기업이 이런 점을 활용해서 스팸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산업화로 경제 성장이 급속도로 일면서, CJ 제일제당이 외국의 기업과 제휴를 맺고 스팸을 국내로 들여왔다.
이 때만 해도 전통시장에서는 통조림의 제품은 쉽사리 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기업들은 백화점과 슈퍼마켓의 상권을 이용해서 '스팸의 선물화'라는 전략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변화된 스팸을 보고 사람들은 더욱 고급스럽게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국내 생산·판매와 패키지, 그리고 이를 받아줄 소비자들의 두둑한 지갑. 세 가지가 맞물려 캔 햄 선물세트는 점차 그 범위를 키워나갔다. 스팸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출시 첫해인 1987년에는 7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엔 실용적이면서도 작고 예쁜 그리고 비싸지 않은 스팸과 같은 상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 시기 스팸은 식용유, 참기름 등과 함께 실속 있는 선물세트로 자리 잡았다. 스팸은 햄 중에서 고급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
2007년에 1000억원을 돌파한 매출액은, 약 10년 후인 2016년 3000억원을 넘겼다. 흥미로운 점은 2019년 매출액 60%가 명절 선물세트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김영란 법도 한몫을 했다. 명절 선물 가격이 5만원으로 제한되자 가격 대비 프리미엄 이미지가 더해진 스팸이 인기가 더했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지인들에게 비싼 선물세트를 보내려고 했다. 한 언론사에 의하면 20만원대 이상 선물세트의 주문 수량이 지난해보다 194% 급증했다고 한다.
하지만 스팸은 그동안 '가성비'로 밀고 나갔듯이 2021년에도 실속있는 사람들을 위해 '가성비 전략'으로 밀고 나가고 있다.
코로나 시대인 2021년 올 명절에도 역시 스팸은 우리들 곁에서 '명절 선물'이라는 타이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